일상 & 단상 56

Jupyter Notebook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파이썬을 활용하여 데이터를 다뤄보려는 사람들 중에서 주피터 노트북을 써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처음 주피터 노트북을 접했을 때 Interactive한 작성 과정이 신선하고 편하게 느껴졌다. 파이썬에서 어떤 데이터를 코드를 통해서 처리하게 되었을 때 어떤 형태로 변환되는지를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피터 노트북의 코딩 방식(?)에 익숙해진 분들과 협업을 하게 되었을 때,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관찰하게 되었다. 사실 주피터 노트북 자체가 나쁜게 아니라, 이게 워낙 편하다보니 나쁜 개발 습관을 장려하는 느낌이다. 사용이 되지 않는 변수 등을 제거하지 않아서 혼란을 준다. 실행 순서가 순방향이 아닌 경우도 있고, 중간에 스킵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잘 동작하지 않..

일상 & 단상 2024.03.24

이메일 포워딩 서비스 안전할까?

Firefox Relay나 애플의 "Hide My Email"과 같은 서비스들이 요즘에 눈에 띈다. 이는 유저의 이메일 주소가 여러 군데 사이트에 사용되면서 유저의 활동 등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강화하기 위해 랜덤의 이메일 주소를 발급해주고, 그 이메일 주소로 보내진 메일들을 유저의 원래 이메일로 포워딩해주는 원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메일 포워딩 서비스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이메일은 기본적으로 종단간 암호화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메일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유저가 어떤 이메일을 웹사이트와 주고 받는지 중간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비슷한 원리인 VPN은 괜찮을까? TLS 등과 같은 보안 프로토콜을 사용하지 않으면 마찬가지 문제점을 ..

일상 & 단상 2024.01.01

다사다난했던 2023년...

올해는 고생을 죽도록 많이 하고, 그에 비해서 실속은 무엇인가 의문이 드는 그런 해였다. 내년에는 더 어려워질텐데, 다시 큰 변화를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주도적으로 만들어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올해 말에도 실망스러운 점들도 많았는데, 왜 다른 사람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이해가 간다. 갈등을 만드는 것을 즐기지는 않는데, 진행되는걸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하네. 아무튼 큰 기대가 없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면서 지내긴 함. 삶에서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우리가 화를 낼만한 가치가 정말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대부분은 그럴만한 가치가 없고, 집중해야할 중요한 부분들은 따로 있지 않을까.

일상 & 단상 2023.12.31

요즘에 드는 생각

1. 업무 분장이 잘 되어 있지 않으면 특정 인원들에게만 일이 지속적으로 몰린다(어쩌면 같은 말). 이들이 결국 지쳐서 나가떨어지게 된다. 거기에 자꾸 일을 밀어 넣으면서 과부하를 만들어내면 어떻게든 돌아는 가게 되는데, 생산적으로 일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밀어 넣는 사람은 큰 고민 없이 밀어 넣지만, 당장 쳐내기 바빠 장기적으로 효율성을 고민하기보다 단기적으로 땜빵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근무 환경의 악화가 지속되다 보면 퇴사를 결심하는 요인이 된다. 당연히 인수/인계 과정에서 정보 손실이 많이 발생한다. 문서화나 프로세스화가 잘 되어 있을 리 만무하다 -- 그럴 시간이 있었으면 애초에 퇴사각도 안 잡혔겠지. 2. 잘 정돈된 코드와 데이터는 중요하다. 완벽한건 존재할 수 없으나 엉터리 코드는..

일상 & 단상 2023.09.18

ThinkPad TrackPoint 키보드 II

키보드에 돈을 더 이상 쓰지 않으려 했는데, Thinkpad를 좋아했던 나로서는 도저히 피해갈 수 없었다. 키감은 주관적인 부분이지만 Thinkpad 노트북에서 사용하는 그 느낌과 거의 비슷한 것 같고, 역시 손가락으로 대충 마우스를 움직이는 빨콩이 편리하다. USB 동글 또는 블루투스 두 가지 방식으로 연결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모드 전환을 통해서 2개의 기기에 연결을 할 수 있다고 하는 모양이나, 블루투스에서의 멀티 페이링은 지원하지 않는다.. 동봉된 USB C 케이블은 내장 배터리 충전만을 위한 것이고 유선으로는 키보드를 사용할 수 없다. 공식적인 지원은 윈도우 & 안드로이드이긴 하지만 맥에도 일단 붙기는 붙는다. 키 매핑은 그냥 바꿔서 쓰면 될 것 같은데 당장 눈에 띄는 큰 문제는 없는듯?

일상 & 단상 2023.09.16

막막하던 시기의 도움

인생의 많은 부분들이 영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던 시기에 주위에 도움을 구해보려고 이런저런 노력을 은근히 했었던 것 같다. 난 전혀 못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의외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경로가 있었는데, 당시 자주 들어가던 미국 취업 블로그에 글을 쓰시던 분께 용기를 내어 개인적으로 (콜드) 이메일을 드렸던 것. 사실 그 분과 일면식이 있던 사이도 아니었는데, 다소 황당했을만한 내 이메일에 따뜻한 조언을 해주셨던 분이 생각이 난다. 아마도 타국에서 고군분투하며 적응해가던 공통점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도 생각해보면 특히 박사과정 초년차에 고생하던 친구들에게 조언(?)도 해주고 그랬었던 것 같네. 이란에서 온 친구도 생각나고..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요즘은 무서운 세상이다) 다행히 더 잘 맞는 지도교..

일상 & 단상 2023.08.15

허준이 교수 졸업식 축사 전문

안녕하세요, 07년도 여름에 졸업한 수학자 허준이입니다. 우리가 팔십 년을 건강하게 산다고 가정하면 약 삼만 일을 사는 셈인데, 우리 직관이 다루기엔 제법 큰 수입니다. 저는 대략 그 절반을 지나 보냈고, 여러분 대부분은 약 삼분의 일을 지나 보냈습니다. 혹시 그중 며칠을 기억하고 있는지 세어 본 적 있으신가요? 쉼 없이 들이쉬고 내쉬는 우리가 오랫동안 잡고 있을 날들은 삼만의 아주 일부입니다. 먼 옛날의 나와, 지금 여기의 나와, 먼 훗날의 나라는 세 명의 완벽히 낯선 사람들을 이런 날들이 엉성하게 이어 주고 있습니다. 마무리 짓고 새롭게 시작하는 오늘 졸업식이 그런 날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하루를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학위 수여식에 참석할 때 감수해야 할 ..

일상 & 단상 2022.08.30

'커뮤니티' 사이트 중독

유튜브는 시간이 아깝다며 검색 위주로만 보는데, 나도 모르게 그의 '대안'으로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락날락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 피하려다가 ~를 밟은 격. 예전에는 나름대로 좋은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고 느꼈던 사이트였는데, 요즘에는 '익명 게시판'에서 나도 모르게 1) 대잡 수특 펴라 (...) 2) 설거지론 (...) 등등 지나치게 극단적인 이야기들을 귀가 따갑도록 듣게 된다. 물론 그런 사회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온라인 상에서 아주 소수의 사람이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데, 아마도 5-6명 정도 되는 헤비 유저들이 그런 여론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1년 전인가 '재테크 게시판'에서는 '부동산 불패론'을 주장하며 영끌해서 등기 안 치면 모두 인생 실패자로 간주하며 하루 종일 글을..

일상 & 단상 2022.07.11

메타버스에서의 분란

여러 사람들이 모이다보면 언젠간 다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 약간 도에 지나친 경우가 있다. 그러다보면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지다 돌이킬 수 없게 되어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장 단순한 방식은 나와 어쨌든 상관없는 일이라 무시하면 그만이다. 가장 복잡한 방식은 사건의 발단에서부터 따져보는 것이다. 원인을 파고들면 도대체 왜?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스토리를 어느새 잊어버리고 서로 쌓인 감정만 앞세우는 격이다. 기분대로 하자면 그래 넌 당해도 괜찮아 잘됐어 이러면 그만이나, 원래 목적은 그런 것이 아니지 않았던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일상 & 단상 2022.06.24

음모론자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음모론자들과 관련해서 예전에 잠깐 해봤던 생각) 음모론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소수 "전문가" (그들이 신뢰하는 대상)의 의견을 강하게 따르는 특징이 있다. 전반적으로 이들과의 소통의 난이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지 않는 것들을 타자화하여 배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신뢰하는 대상이 거짓임이 드러났을 때 시작된다. 객관적으로 다뤄져도 될만한 소재들마저도 자아상과 결합되어, 반대 의견의 제시를 자아상을 공격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내가 이렇게 추측하는 이유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을 때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을 예시로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자아상을 지키는 문제에 있어서는 외부 사실이나 논리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

일상 & 단상 2022.05.24